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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진리

진리가 만난 그 사람 본문

삶의 향기방

진리가 만난 그 사람

사천진리 2009. 9. 4. 13:19

첫 눈에도 그는 병실과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를 받히고 있는 침대는 그의 우람한 체구를
담고 피곤해 보이고...
그런데 자세히 보니 두발에는 흰 끈을 길게
묶어 누운 채로 양손을 움직여 마비되어
다리를 겨우 움직이고 있다
"누가 침대 좀 높여주시오!"
씩씩한 소리가 병상에 들린다
나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나도 모르게 깜짝 놀란다
어떻게 저~얼굴을 암환자의 얼굴이라
할수있을까?
영화배우 빰치게 잘생긴 이목구비
멋있게 늘어뜨린 장발.미소를 가득히
담은 두 눈!!!
그의 지시대로 엎드려 침대를 조작하고
있는 나를 향해
"봉사자 시군요 참 재주도 좋군요 어떻게
이런일 할 생각을 했어요?얼마나 머리가 좋으면
건강할때 이런 세상이 있는줄 알았는지...
난 돌대가리야 돌대가리 이 꼴을 하고서야
겨우 세상이 무엇인지 알게되다니...
그의 티 없이 맑고 검은 두 눈을 올려다보니
무엇인가를 말하지 않고는 견딜수 없는 표정이다
난 침대 밑에 앉으며
"이름도 참 멋지네요 백구남(가명)? 백일섭씨랑
친척이 되시나봐요 그분과 어떻게 되시나요?"
그는 잔잔히 웃을 뿐 그러다가 입을 연다
"난 이곳에 와서 너무나 할말이 많소 
얘기좀 들어 줄수 있오!?"
"이름도 참 멋지네요 백구남(가명)? 백일섭씨랑
친척이 되시나봐요 그분과 어떻게 되시나요?"
그는 잔잔히 웃을 뿐 그러다가 입을 연다
"난 이곳에 와서 너무나 할말이 많소 
얘기좀 들어 줄수 있오!?"
그의 눈빛이 하도 간절해 고개를 끄떡이고
굳어버린 두발을 주무르기 시작한다
"그래요 기탄없이 개의치 말고 진솔하게
대화해요 속에 있는말 다 풀어 버리세요"
분위기를 고조시키려고 일부로 큰소리로
그를 안심시킨다
"지금이 내 일생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일거요..."
그의 빛나는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내고향은 00 공무원이던 아버지를 모신
오형제중 장남이고 청년때의 꿈은 멋진 마도로스
그런데 이상한 곳으로 내 인생이 굴러가기
시작하는거요 국민학교때 배운 태권도 실력이
나를 주먹 세계로...공부에는 뜻이 없고
주먹 자랑하는데 사는 목적을 두었으니...
간단하게 요약하면 문제아!불량써클 뭐 그러거요?"
"네에 그런 젊은 시절의 추억이 있었군요
구남님! 누구든지 지난날 후회없는 사람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세요 다 똑같아요 저도 그런데..."
"그렇지만 난 너무했어 군대갈때 까지 내 손에
흉기가 없을때가...아~~아~~돌대가리!..
그의 탄식이 너무 깊어 화제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구남님! 그래도 좋은날도 있었을텐데..."
"좋은날 아 그래요 군대가서 빳다 오십대 맞고
정신이 들었지..제일 좋은 내아내를 만난거지.."
"어머나 그랬어요 그 사연 들려주세요 네에?"
그의 기분이 한껏 고조된다 목소리는 우렁차게
잘나가던 시절을 이야기한다
"내가 사령관 찝차 운전병을 했었오 작은부대 옆에
사는 긴 생머리 스무살 처녀를 본 순간 한눈에
마음에 벼락이 떨어졌지요 양가집 외동딸..
아~그때를 생각하니 지금도 떨리네요
만나달라고 애원해도 코방귀도 안뀌었지요
세상 무서울것 없었던 놈에게 닥친첫 번째 시련...
끊어 엎드려 젊은 놈 하나 살려달라 아니면
총들고 탈영 할수밖에없다..연애 편지 수백통
나 지금도 외울수 있소!..."
"잠깐만 시간좀 주세요 제가 받아 적을께요" 
잠시 흥에 겨워 스르르 눈을 감더니
"지금은 고요한밤.적막을 깨트리는 기적소리
멀리서 울고 아!그대 얼굴 눈앞에 어른거려..."
"아!너무 좋아요 그래 그아가씨 마음 녹였나요
안 녹는다면 여자 아니겟죠 이런 숨막히는
편지 받고도..안그래요 부럽군요 그 아가씨가.."
"하하 일년이나 애간장 태운뒤 면회를 왔는데..
친구를 대동하고 왔었소!"
"내일생에 잘한것이 있다면 그 여자에게 순정을
다 바친거요 무던히도 거친 놈이였는데 
그 여자앞에서는 순한 양이였오.."
드디어 결혼 난 26세 그여잔 22세였오 자동차
운전을 더 배워서 화물차를 몰고 나중엔 레미콘
차를 사서 운영해서 돈도 많이 벌고 좋은 집도사고
다 좋았는데....
땀에 젖은 그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미친놈 처럼 펄펄 뛰던 나에게 병마가 찾아오고
방사선을 백번을 해도 소용이없고 뼈로 전이된
물렁뼈란 뼈는 모두 썩어 들어 가기 시작했소"
웃옷을 벗더니 인조 관절을 넣어 흉칙하게
변해버린 어깨를 내어 보인다 그의 젊은날
화려하게 수놓았던 두 어깨 힘없는 사람을 
주눅들게 했던 그 어깨 이젠 볼품 없는 암 덩어리가
되어 썩어 가고 있다
그의 두 눈이 눈물에 젖어 보이지 않는다
"구남님!그래도 주인공은 바로 구남님입니다 
마지막까지 근사한 모습 보여주세요
제가 자주 찾아올께요 용기 잃치말구요
저도 매일 죽는 연습합니다
밤에 자기전 샤워하죠~
전 그걸 소독한다고 생각하고..
잠옷으로 입고자죠~
전 그걸 수의라 생각해요
깊은수면을 전 죽음이라 생각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전 그걸 부활이라 생각해요
저도 언젠가 님이 사는곳에 갈거니까
절대 외로워 하지 마세요 저희봉사자들이
도와 드릴겁니다 그러니 혼자라고 생각말아요
다음엔 제가 님과 대화한 글을 음악과 함께
녹음해서 가져올께요
그러니 기다리고 계세요 알았죠"
마주잡은 우리의 손에 기쁨이 흘러 내린다
나도 마음 밑바닥에서 뜨거운 불길이 솟으면서
잘있으라고 인사하고 밖으로 나온다
49세 간 세포암으로 투병중인 환우와 대화하고 난후..
#호스피스 하면서  하늘나라 보내고 나면 보름에서 한달을 가슴앓이 하는게
너무 힘들어 잠시 쉬고 있었는데 또 다시 제의를 받고 교육을 받았지만
오후 3시까지 확답을 드려야 하는데 또다시 가슴앓이 할까봐
많이 망설이다  결국 못한다고 말씀드리니 다시한번 생각보라는 말에 
죄책감에  미안함에 고개만 떨구고 눈물만 흐르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동원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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